성장 기여도(Contribution to Growth)란 경영학 용어가 있다. 회사 내 개인이나 팀, 부서가 전체적인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따지는 지표다. 유능한 경영자라면 반드시 챙기는 ‘판단 기준’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임기를 두 번째 시작하는 도널드 트럼프는 사업으로 잔뼈가 굵은 경영인이다. 비즈니스 마인드가 장착된 그가 동맹국과 우방국을 어떻게 대할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미국에 대한 ‘기여도’가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도 그런 성향이 있었고 2기에는 더욱 노골화할 것이다.
트럼프를 다시 상대해야 하는 우리의 대응 전략 역시 여기서 단초를 찾아야 한다. 요약하자면 한국이 미국에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높은 기여도를 입증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양국 관계가 끈끈하고 생산적 동맹 관계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보여주고 증명하는 비즈니스 법칙 그대로다.
경제·산업 측면에서 한미처럼 보완적 관계도 흔치 않다. 역사가 잘 보여준다. 미국이 수많은 기술과 특허를 개발하면, 한국은 발 빠르게 그 기술을 활용해 상품을 제조해 시장에 내놨다. 예컨대 퀄컴이 개발한 통신 기술로 만든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방식이다.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비결이기도 하다.
기술은 가졌지만, 제조 기반이 충분치 않은 미국으로선 뚝딱뚝딱 물건을 만들어내는 한국의 재주가 큰 도움이 된다. 더구나 한국은 제조·생산 측면에서 중국과 가장 많이 겹치는 국가다. 미국에 한미 파트너십이 꿩 먹고 알 먹는 일석이조의 찰떡궁합인 이유다.
경제 협력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중국의 산업굴기를 막으려는 미국 입장에서 한국이 빠진 반도체·배터리 동맹을 생각할 수도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작년 11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 군함·선박 건조능력을 알고 있다”며 협력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윈윈’으로 발전할 수 있다. 잠시 지식재산권 다툼 문제가 있었지만,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원전에서 협력하기로 한 것도 ‘팀 코러스’(Team Korea+US)로 글로벌 수출 시장을 넓히는 전략의 유용성을 보여준다.
미국 경제에 한국이 기여하는 바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 중 한국의 비중은 2010년 이전까지 1% 내외였으나 2020~2022년 2.3%로 높아졌다. 미국의 외국인 직접 투자 누적 유입액에서 한국은 11위(2022년 기준)이고 전체 외국계 기업의 고용 중 한국의 비중은 1%를 넘는다.
시야를 지정학으로 돌려도 한국의 필요성은 부각된다. 특히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확장·패권주의를 막으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과 주한미군은 매우 중요하다. 또 한국은 평택 주한미군 기지에 판교신도시 1.6배 면적인 14.67㎢의 땅을 제공하고 있다. 내년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1조5192억원으로 책정됐다. 올해보다 8.3% 늘었고 트럼프 1기 정권이 시작됐던 2017년에 비하면 60%나 증가한 액수다.
이 밖에도 미국에는 260만명이 넘는 우리 동포와 4만3000여 명의 유학생(대학)이 있을 정도로 인적교류 네트워크가 끈끈하고 이 역시 양국 관계에 일조한다.
70년 넘게 이어온 한미동맹은 양국 모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긴 시간 동안 서로에게 도움이 됐고 필요한 존재였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그동안의 한미동맹 성과처럼, 기여도를 잣대로 삼을 트럼프 2기 정권에서도 한국의 필요성과 기여를 인정해야 하고 한국도 우리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야 한다. 한국의 기여도와 필요성을 얼마나 인정받느냐에 따라 앞으로 우리가 당면할 과제의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다.
(매일경제 매경데스크 김규식 디지털뉴스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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